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은 내가 탐정이 된 것마냥 인물들을 의심하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나름의 추리를 하며 읽었는데, 범인을 맞추지는 못했다... (스포) 거짓말을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확신을 준 맥휘터씨가 거짓말을 하기도 했고, 당연히 왼손잡이가 중요한 힌트라고 생각했는데 백핸드라니.... 현실에서의 범죄는 범인의 범행동기따위 궁금하지도 않은데, 이와 달리 소설 속 사건의 인과관계는 상세히 알게 될 수록 즐겁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0시를 향하여 모여드는 사람들, 정세랑 작가가 떠오르는 메시지
작가는 지속적으로 사건의 발생 이전, 인물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는지를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생성되는 사건은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정세랑 작가가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선으로부터", "피프티피플" 등 그의 글은 다양한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이야기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 P.14 트레브스 "탐정 소설이란게 게 대개 시작부터 잘못되어 있어! 살인에서 시작을 한다고. 하지만 살인은 그 결말일세."
- P.157 메리 올딘 "내 말에 내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게끔 할 수 있나 보는거지."
- 트레브스가 말한 한 아이의 활과 화살 사건
- P.319 배틀 총경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합니다. 살인은 수많은 다른 정황들이, 주어진 시각에 주어진 지점에서 한데 합쳐지면서 그 정점에 달해 발생하는 사건입니다."
떠오른 또다른 작품, 웹툰 미생
미생은 직장인의 삶과 바둑에 비교해 표현한 웹툰이다. 캐릭터들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각 캐릭터들이 여러 사건들을 몇 살에 어떻게 겪었는지를 설정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97, IMF를 3살에 겪었는지 20살에 겪었는지 등을 미리 설정하고 성격들을 만들어 나간다고 한다.
한편, 윤태호는 윤테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디테일한 캐릭터와 장면 묘사로 유명하다. 이런 디테일 뒤에는 자신만의 노력과 열정이 있다고 하는데... 심지어 캐릭터를 그리기 전에 엑셀로 등장인물 연표를 만든다고 한다. 각각의 캐릭터들의 출생 이후 발생한 사회적, 정치적, 세계적 사건까지 함께 정리해 캐릭터의 사실감을 높인다는 것인데, 이런 섬세하고 치열한 취재로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생생한 캐릭터들이 탄생한 것이다. 출처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http://www.jjan.kr)
비슷비슷한 추리소설을 비꼬는 책, 📒명탐정의 규칙 - 히가시노 게이고
중학생 때 추리소설만 읽은 시기가 있는데,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책이다. 명탐정이 주인공인 이 소설은 뻔한 사건의 트릭, 자신의 처지, 독자들을 넘어 고민없이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들까지 비꼬곤 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 "아, 또 밀실트릭인가." 한마디로 지겹다. 요즘에도 과연 이런 패턴의 사건을 반기는 독자가 있으라 싶은데도 몇 건 중 하나꼴은 반드시 이런 트릭이 나온다.
- "그 마음이야 알지. 하지만 요즘 세상에 밀실로 소설의 분위기를 띄우라는 건 한심한 요구야"
-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소설은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그러므로 독자가 아무리 메모를 해가며 꼼꼼히 읽는다한들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다. 소설에 나오는 힌트만으로는 결코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것이 이번 소설의 구조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처럼 논리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려는 독자란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대부분 직감과 경험으로 범인을 간파해 낸다. ****
- 다잉메시지에 관해 "작가 입장에서는 손쉽게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서스펜스를 높여 주는 효과도 있으니 편리하겠지.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져." "당연히 부자연스럽죠. 도대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메시지 따위를 남길 여유가 있겠어요?"
🍕 Pieces of book : 책의 조각들
P.85 자살을 하려면 절망, 비애, 자포 자기, 혹은 정열이라는 가외의 자극이 있어야 한다. 인생이 지루한 사건들의 단조로운 연속으로 여겨진다는 이유만으로 자살을 할 수는 없다.
P.150 트레브스 "요즘 젊은이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세상에서 제일 못견디겠는 것이 지루함인가 보군요. 하지만 내 말하건대 그보다 나쁜 일들도 잇습니다."
P.151 트레브스 "하지만 우리 늙은이들은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 배운 게 있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해요."
P.181 인간 완충물
P.279 배틀 총경 "광기란, 보통 강박관념의 문제입니다. 정신을 장악하는 한 가지 생각이 서서히 정신을 왜곡시키는 거죠."
P.287 목욕이 끝나자 돈(테리어종의 개)은 몹시 슬퍼했다. 다른 개들이 모두 부러워할 아주 좋은 향기를 찾아내자마자 이 역겨운 비누냄새를 맡아야 하다니. 인간들은 누구나 똑같았다. 무엇이 좋은 냄새인지 모르는 것이다.
P.343 오드리 "제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사랑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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