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시선이 당연히 👀누군가를 쳐다보는 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멋진 👵🏻할머니 심시선의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읽은 따듯한 소설, 정세랑 작가의 글과 그가 그리는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함께 하고 싶어 진다.
지친 하루에서 벗어나 따듯한 햇볕 같은 글을 읽고 싶을 때 추천한다.
☁️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들
일곱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니까
가계도로 시작하는 시선으로부터를 보며, 정세랑 작가의 다른 작품 피프티피플이 생각났다. 서로 연결되어있는, 각자가 다른 사람들을 조합하여 만든 이야기를 읽는 경험이 참 즐겁다. 가계도가 있으니 인물끼리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20년쯤 뒤에 20대로 살고 싶다
심시선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 대신에 결혼 자금으로 택시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했던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더 배웠으면 어땠을까 아쉬워하는 할머니의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할머니는 지금의 내가 전보다 나아진 시대에 태어났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도 현재 진행 중인, 과도기의 사건들이 해결된 이후의 시대에 젊은이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 P.15 어린 시절 그 그림에 반해 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가 누군가의 부인이란 설명이 먼저 오는 것에 아연함을 느꼈었다. 이렇게 대단한 걸 그려도 그보다 중요한 정보는 남성 화가의 배우자란 점인지, 지난 세기 여성들의 마음엔 절벽의 풍경이 하나씩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최근에 더욱 하게 되었다.
- P.71 어울리고 맞는 시대에 태어나는 사람들도 있기야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게 아닐까도. 행운이 불운을 상회할 리 없었다.
- P.90 돈이 급했다는 흔해 빠진 이유로 저 특별한 여자를 주저앉힌 것이 세상인지 자신인지 헷갈렸다.
장례식, 제사문화, 죽음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 P.33 명혜는 짧고 강하게 운 다음 완벽한 상주가 되었다. 명은은 언니에게 남은 결정들을 맡기고 실컷 슬퍼할 수 있었다.
→ 실제로 장례를 위해 상주가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어떤 꽃을 어떻게... 반찬은 이런 거로 사진은 이거로 해주시고.. 음료는... 이거로. 가족의 죽음 직후에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소소해서 잔인하다.
- P.83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 P.102 "나 결심했어. 할머니 제사상에 완벽한 무지개 사진을 가져갈 거야." ... 지수의 결정에 우윤은 깔깔 웃었지만, 속으로 자신도 결정했다.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거야.
🪞 Pieces of book : 책의 조각들
P.42 세상에 색깔만큼 멋진 게 또 없는데
P.60 평창동에서 부암동은 물론 가깝지만 내려가는 경사도 올라가는 경사도 보통이 아니었다. 우윤은 사촌언니한테 등고선을 그려봐라, 하고 화낼 수도 없어서 알았다 고 했다. →몇 년 전, 네이버 지도로 가장 가까운 길을 안내받을 때 오직 지도 상의 거리만 고려해 경사지고 좁은 길을 안내받은 경험이 많았다. 이제는 자전거 사용자를 위한 경사와 계단 고려, 큰길 우선 선택 같은 옵션이 생기는 현상들이 생각났다. 지도에서 1cm가 5cm보다 멀고 힘들 때가 있다는 것, 스크린으로만 알기 어려운 실제 경험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P.67 "원래 예술보다 예술 조금 옆이 더 재밌다. 나도 그랬었다."
P.99 사람의 기억이란 어디서 분절이 생기는 것일까?
P.125 야생에서라면 도태되었을 무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을 사랑했다. 그 무름을. 순정함을. 슬픔을. 유악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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